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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타에서의
라마단
진다바드(MIR 1기)


우리는 요새 라마단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이런 말은 일반인에게는 아주 생소한 말이었다. 이슬람권에 사업이나 공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 혹은 이슬람지역 선교를 꿈꾸는 사람들만이 아는 말이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의 테러 사건이 우리 일반인들에게 기여한 바가 있다면 이슬람에 대한 상식을 높여주었다는 것이다.

다 아는 대로 이슬람의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은 29일내지는 30일이 계속된다.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참조)에 해당한다. 무슬림들에게 왜 금식을 하느냐고 물으면 몇몇은 그냥 해야하는 것으로 배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몇몇은 거룩한 선지자(무함마드)가 명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몇은 그 이유를 이슬람의 평등정신에서 찾는다. 빈한자나 부한자나 모두 배고픔을 느껴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한자들이 의무적으로라도 배고픔을 느껴본다면 그들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에 자선을 베푸는 부자들이 꽤 있고 라마단이 끝난 후 거액을 복지단체나 마드라사(사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희사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강제로라도 그리고 모든 국민이 큰 저항이나 불평 없이 이 금식을 지키는 것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이들 모두가 금식을 할까?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이해로 보면 병자나 약자, 노인, 어린이들에게는 금식의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이슬람 사원에도 속한 종파가 많아서 자기 지역의 종파나 자기 가족이 속한 종파가 좀 더 보수적이거나 강제적인 성향을 띤다면 좀 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금식을 할 것을 강요한다. 몇몇 신앙심이 강한 어린이들은 자신의 신앙심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 어른과 함께 금식에 참여한다.

그럼 금식 완수율은 얼마나 될까? 금식을 해야 되는 건강한 성인이 금식기간동안 철저하게 금식을 지키는 것을 비율로 따진다면 파키스탄의 도시에 사는, 본인이 만난 사람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50% 정도 안팍이라고 생각된다(필자의 개인적이 소견).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하지 않은지 혹은 건강해서 금식을 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양심에 달려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공공연히 식사를 하지 못한다. 즉 위의 50%라는 말은 절반정도는 집안에 숨어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뭔가 먹는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깨는 사람도 있고 50%의 대부분은 금식기간 절반 쯤부터 금식을 깨기 시작한다. 파키스탄에서는 2000년 12월의 람잔 기간에 신문에 발표하기를 공공장소에서 금식기간에 음식을 먹으면 500루피의 벌금형에 처하기로 하였다. 일일잡부의 평균 임금이 100-150루피인 것을 볼 때 500루피는 상당히 큰 벌금이다.

금식은 하루에 해가 떠 있을 동안만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는다. 누구는 침도 삼키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너무 과장된 표현으로 생각된다. 일부 종파에서 이렇게 가르칠 수는 있다고 보나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럼 어떻게 한달을 견딜까. 이들은 해가 뜨기 전과 해진 후에 식사를 한다. 해뜨기 전에 새벽 4시쯤 일어나서 기도하고 식사를 한다. 아침부터 점심, 저녁을 지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해가 지면 먹을 수 있게 된다. 해가 지는 일몰시각에 모든 사원들이 일제히 종을 울리기도 하고 혹은 방송을 한다. 해가 졌다는 것을 알리는 기도 소리가 나면 간단하게 기도하고 대추야자(Dates, 파키스탄에서는 '카주르'라고 부른다. 대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깔은 더 검고 말리면 한국산 처럼 쪼그라들지 않고 당분이 많아서 끈적끈적한 성분이 껍질밖으로 뭍어 나온다)를 먹음으로 금식을 푼다. 의무사항은 아니나 그들의 거룩한 선지자가 금식을 풀면서 처음으로 먹은 것이 대추야자였다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프따르(Iftar)라고 하는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한번 식사를 더 한다. 따지고 보면 식사 3끼를 다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단지 식사 시각이 많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활동이 많은 낮시간에 먹지 못해서 힘들기는 하지만 먹을 것은 다 먹기 때문에 - 위장에 안좋을 수는 있어도 - 영양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배고픔을 참았다가 먹기 때문에 과식을 하게 되어 이 기간동안 음식소비가 더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금식시간 동안에는 껌을 씹거나 담배를 피지도 않는다. 누구는 칫솔질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치약에서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떤 사람은 음식 냄새도 맡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음식 냄새도 맡지 않는다는 말은 보편적인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기독교인들처럼 물만 마시며 일정한 기간동안 낮에도 밤에도 먹지 않는 금식은 물론 40일을 최대로 본다고 해도 국민적으로 30일을 금식을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의 금식은 "배고픔을 강제로라도 느끼게" 하는데 적합하게 되어있다. 기독교의 금식에는 금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더 가난해 지고, 좀 더 아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하나님과의 친밀한 영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있다. 기도를 하기 위한 금식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기도 없는 금식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굶식 밖에는 되지 않는다. 무슬림의 금식은 "배고픔을 느끼게"하는 데에 의미가 - 후에 다른 이들이 더 영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지만 -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육체가 탐욕을 멀리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고 영적으로 가난하게끔 하는 데에는 적합지 않다고 보인다. 금식을 푸는 순간 일부 생각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이들이 탐식, 폭식을 하기 때문이다. 계속 안먹는 것이 아니고 강제적으로 먹었다 안먹었다 하는 이 방법이 배고픔을 계속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금식의 의미를 평등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현실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는 금식이 더 힘들다. 금식기간이 여름에 오게되면 그 힘들고 더운 낮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일일잡부의 경우 바깥에서 중노동을 하므로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데 이때에도 물을 마실 수가 없다. 이들이 일을 하지 못하면 가족 전체가 먹고 살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부자들이나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에어콘이 켜진 사무실에서 쉬엄쉬엄 일할 수도 있고 - 파키스탄의 경우 실제로 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 앞당겨 진다 - 정말 배고플 때 집안에 숨어서 음식을 먹기도 한다. 남의 눈의 띄지 않게 혼자 먹고 모른 채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자기만 숨어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수적인 문화에 의해 피해와 억압을 받는 계층은 항상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부자는 금식기간에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금식기간이 더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여자들의 금식에 관한 것이다. 이런 관습이 모든 무슬림에게 적용되는 지는 알 수 없다. 본인이 우연히 어떤 여성으로부터 듣게 되어 일부 친한 사람에게 물어본 것이다. 한 여성 직장동료가 금식기간이 끝났는데도 근무시간 중 모습이 너무 힘들고 초췌해 보였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계속 금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왜 금식기간이 끝났는 데도 금식을 계속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회피하였다. 계속 질문을 하니 어렵게 대답하기를 여성들의 생리기간에 금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이 말은 듣고 계속 추궁해 물은 것을 후회하였다. 이슬람 여성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례한 것으로 같은 여성으로서도 상당히 친밀해 지기 전에는 화제에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인데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구약율법으로 보면 출혈이 있는 동안에 부정하기 때문에 이때의 금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날에 금식을 하지 않는 것이 여성을 위해서도 좋다고 보여진다.

파키스탄에서는 금식을 마치는 날의 밤에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여자들도 밖에 나와서 화려하게 장식한 장신구들을 사는 풍습이 있다. 거리에는 며칠 전부터 대목을 잡으려는 장사군들의 임시가판대가 설치된다. 금식을 시작한지 28일째 밤부터 사람들은 해질녁에 초생달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 초생달이 보이면 그날로 금식이 끝나고 다음 날이 이드울피떠르(Eid-ul-Fitr)라고 하는 축제일이 된다. 대개 29일 혹은 30일 만에 초생달을 보게 된다. 초생달이 관측되면 전국적으로 이드일을 선포하고 이틀이나 사흘을 휴일로 선포한다. 파키스탄에서도 NWFP의 일부지역 페샤와르, 마르단 등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란 쪽의 절기를 따라서 파키스탄의 나머지 다른 지역보다 하루 일찍 이드를 맞는다. 이드의 분위기는 우리나라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분위기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고 친척집을 방문하며 어린이들은 이드 때에 옷, 장신구 등의 선물을 받기도 한다. 이드 때에 성탄 축하카드처럼 이드카드를 보내기도 한다.


[ Webzine MIR 2001년 12월호 Ind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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