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의 투덜 시리즈
투덜이 시리즈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나라의 이모저모를 보고 현지인들에게서 들은 바를 기초로 하여 가볍게 의견을 적은 글입니다. 그러므로 전문적이지 못할 수 있고 의견을 달리 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
|

이슬라마바드에서 전화를 이동하려고 하면서 겪은 절차를 설명하고자 한다. 본인이 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좀 더 간소하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아주 간절했다. 많은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Sector E-7에 살고 있었다. 이사를 해야하는 날이 되기 1주일 전에 가장 가까운 PTCL의 사무실 (F-7 Markaz에 있는)에 찾아가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전화를 이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한 직원이 대답하기를 전화가 당신 본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느 지역으로 이사 가냐고 물었다. E-7에서 F-7으로 이사 간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본인의 여권과 전화이전을 원한다는 어플리케이션을 써 가지고 F-5에 있는 PCTL 사무실의 Divisional Engineer를 찾아가면 하루 이틀만에 이전 될 거라고 대답했다. 걱정보다 간단하다고 생각하고 안심하였다.
마지막으로 짐을 옮기고 이사를 하는 날이 수요일이었기 때문에 며칠의 여유를 두고 토요일에 F-5 sector의 PCTL Main Office를 찾아갔다. 물론 여권복사본과 어플리케이션을 써 가지고 말이다. 전화를 이전해야 한다고 말하니 (shift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Room No. 202를 찾아가라고 했다. 들어 가기 전에 신분증을 보이고 방문증을 받았다. 방문자가 올 수 있는 시간이 월-토까지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금요일은 12시까지였다(예전에는 모든 요일에 아침부터 11시까지였다). 그리고 문에서 가방 검사를 하였다. 202호실을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니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그 사람이 말하길, 1. 세입계약서(Lease Agreement), 2. 집주인의 NOC(No Objection Certificate, 전화를 설치하려는 사람이 자기의 집에 살고 있으며 그 사람의 전화 설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 3. 집주인의 NIC(National Identity Card)의 복사본, 4. 집주인의 집문서(Ownership proof, NOC를 써 준 사람이 그 집의 소유주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집을 살 때 Capital Development Authority로부터 소유주 이전이 승인되었다는 내용의 레터를 받는다), 5. 이전에 살던 집에서 사용했던 전화요금의 마지막 영수증, 이렇게 다섯 가지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여기에는 여권은 있지도 않았다. F-7의 PTCL Office 사람의 말보다 훨씬 복잡한 것이었다. 처음 전화를 설치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 사람은 그걸 잘 몰랐을까? 아니면 그 사람은 알고도 잘 안 가르쳐 주었던 걸까?
여기서 염려되는 문제를 그 사람에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나와 친구가 각각 다른 집에서 살고 있었고 나는 내 이름으로 가입된 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친구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해서 함께 살게 되었다. 문제는 전화소유자의 이름과 이제 전화를 설치하려고 하는 집의 세입자(친구)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냐고 그랬더니 집주인이 NOC를 전화소유자의 이름으로 즉 본인(세입자인 친구이 이름이 아닌)의 이름으로 써 준다면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명의를 이전(transfer)해야 한다고 했다. 어쨋든 주인에게 나의 이름으로 NOC를 써 줄지 좀 망설여졌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세입은 친구가 계약을 해서 이미 몇 달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이름으로 NOC를 써 주기 싫다고 할 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좀 걱정이 되었다.
어쨋든 전화 이전을 하기 위해 주인의 서류를 받아야 하는데 주인을 만나지 못하다가 수요일에 이사를 하고 목요일 저녁에 주인을 만나 NOC를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이 NOC를 친구의 이름으로 써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이전 신청이 아닌 명의 이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주인에게 나의 이름으로 써 달라고 다시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또 부탁하기가 좀 뭐해서 그냥 명의 이전을 하기 위한 레터를 하나 더 쓰게 되었다. 그래서 위에 말한 다섯가지 서류들을 다 준비하고 친구와 나의 이름으로 각각 어플리케이션을 썼다. 나는 "나의 전화를 친구에게 주고자 한다"고 썼고 친구는 "전화를 가지고 있는 친구(나)가 내 집으로 이사오기 때문에 그 전화를 받아서 사용하고자 한다. 집주인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썼다. 즉 친구가 전화를 신청하는 서류를 다 준비한 셈이고 (모든 이름이 친구의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준다(transfer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내용의 어플리케이션을 준비한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금요일에 PCTL에 다시 찾아 갔다. 모든 서류를 담당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원본이 아닌 서류에는 공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ttest 라는 단어 사용). 복사본에는 정부 공무원 17등급이상(관리자급)인 사람에게서 각 복사본에 도장과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 말을 이제 할까. 미리 좀 가르쳐 주지. 조금 화가 났지만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나오게 되었다. 외국인이니까 당연히 잘 모르니 친절하게 처음부터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서 공증을 받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진급해서 17등급이 된 현지인 친구를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하니 도장과 사인을 해 주었다. 역시 레벨이 있는 친구를 사귀어 두어야 하겠구먼..... 그런데 금요일 업무시간이 다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갖다 주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에 서류를 가져다 내니 한 번 쭉 보고는 다 잘 준비되었다고 월요일에 오라고 했다. 자신들이 그 서류를 접수하고 조사를 한 후 전화이전에 따른 비용청구서(Demand Note)를 주면 그 돈을 내고 영수증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장은 못 주고 하루가 지나야 하는데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안되니 월요일에 오라고 했다. 내가 혹시 걱정한 것은 명의이전에 대한 서류가 또 뭐 잘못되었다고 그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월요일에 청구서를 준다고 하면서 서류를 접수하니 안심이 되었다. 단지 다시 또 와야 한다는 것이 좀 짜증 났지만 월요일이면 다 끝나겠지 하고 참았다.
월요일이 되어 네 번째로 PCTL에 찾아 갔다. 아니 이럴 수가. 나랑 이야기했던 사람이 자리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이 무슨 바쁜 일이 있어서 나중에 온다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이 나라는 담당자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담당했던 사람이 휴가를 가버리면 그 일이 그냥 지연될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니 다행히 그 사람이 1시간 쯤 후에 도착하였다. 휴- 안심. 근데 그 사람이 내게 줄 청구서를 아직 만들어 놓지 않았다. 이제서야 신청서를 다시 뒤적여서 전화이전에 따른 청구서를 컴퓨터로 뽑고 다른 하나의 계약서를 건네 주었다. 나를 205호실에 데려 가더니, 어떤 관리자급인 듯한 사람에게 이 사람이 전화이전 신청을 한다고 하니 보지도 않고 그 청구서에 사인을 해 주었다. 그리고 직원이 내게 설명하기를 이 청구서(이전 비용 Rs.1,000, 세금 Rs.150 합해서 총 Rs1,150)와 계약서(전화설치 및 이전에 관한)를 3부씩 복사를 해서(그래서 각각 4부) 멜로디 마켓에 있는 National Bank of Pakistan에 비용을 지불(2부는 은행용, 1부는 PCTL제출, 1부는 본인 보관)하고 영수증을 가지고 오라는 것과 4부의 계약서를 작성해서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때가 11시 반이었기 때문에 빨리 돈을 내고 서류를 작성해 오면 1시 전까지 올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복사를 해서 National Bank에 찾아 갔다. 왁!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어디에 돈을 내야 하냐고 물으니 가장 긴 줄에 서라고 했다. 흑흑..... 일반 Utility 요금을 내는 줄에서 그것을 함께 받았다. 줄에 서서 기다리면서 계약서를 읽어 보았다. 계약서의 내용을 보니 새로 설치를 하는 것과 이전을 하는 것이 하나의 계약서에 들어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새로 설치하는 것과 이전을 하는 것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뒷면을 읽다가 증인 두 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 사람 두 명으로부터 사인을 받아야 하고 그 사람의 NIC의 복사본에 공증(attest)을 받아 첨부하라고 써 있는 것이었다. 기가 막혀서...... 돈을 내니까 12시를 넘었다. 1시까지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누구를 다시 증인으로 세운다는 말인가. 그래서 현지인 친구를 다시 찾아갔다. 그 친구가 자기 사무실의 직원 2명에게 NIC를 복사해 오라고 시키고 공증을 해 주었다. 정말 좋은 친구야. 투덜투덜하면서 상황을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파키스탄은 모든 절차가 길다고 그랬다. 그런데 왜 그 청구서와 계약서를 미리 주지 않았을까. 미리미리 주면 지난 번에 낸 서류와 함께 제출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시 화요일이 되어서 이번에는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찾아갔다. 그랬더니....... 흑흑.... 서류가 잘못 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어제 급하게 청구서를 만드느라 일부가 빠졌다고 했다. 지금 그 서류는 단순히 전화가입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하기 때문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명의까지 이전해야 하는데 비용청구서에 명의이전에 해당하는 575루피를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화가입자는 나이고 다른 서류는 친구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고 했다. 원래 나랑 이야기하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길 자기가 원래 F-7 지역의 진짜 담당자인데 며칠 동안은 자기가 너무 바빠서 옆의 친구가 청구서를 만들어 주느라 잘 못 만들었다고... 그런데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청구서를 다시 만들어 줄 테니 또 돈을 내고 오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 짜증을 내게 되었다. 누가 단순한 이전이라고 했나. 그래서 명의 이전을 원한다는 어플리케이션도 써서 냈잖아. 미리 접수를 다 받고 서류가 다 되었다고 그러고는 왜 이제 와서 틀리다고 그래. 왜 청구서는 잘 못 만들고 그러냐구. 지금 내가 전화 때문에 다섯 번째 찾아 오는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다섯 번이나 추띠를 낼 수가 있어. 지금 돈을 내러 나가면 은행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는데 1시까지 못 오면 하루 더 휴가를 내라구? 너무 하잖아. 그랬더니 자기 보스에게 물어 보고 오겠단다. 다시 돌아와서 하는 말, 그럼 명의이전 비용 575루피를 매월 발행되는 전화요금 청구서에 합해서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래 고맙다. 그럼 서류는 다 끝난거니? 언제 전화연결해 줄래? 오늘 저녁 아니면 내일 아침. 그래 기다릴게. 오늘 못오면 내일 아침 일찍 와야해. 직장에 다니므로 계속 기다릴 수 없어. 꼭 와야해.
이렇게 다짐을 받고 이제 단순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지금 오전이 다 지나가고 12시를 넘었다. 내가 요즘 직장에 안다녀서 이렇게 여러 번 왔다 갔다하지. 그리고 또 조금 늦게 와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 정말 직장 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전화 설치하냐. 특히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말야.
이런 일을 만일 파키스탄 사람에게 대리로 시키면 일이 빨리 처리될까? 물론 외국인보다 돌아가는 것을 잘 알테니 빠를 수 있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시면서 파키스탄에 사니는 한국분들...... 본인이 전화를 직접 처음부터 설치한 경험이 있는 분이 별로 없으실 것이다. 다들 다른 사람에게 대리로 시키셨겠지. 전화가 얼마나 빨리 설치가 되던가요. 든든한 빽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마 한달은 쉽게 지나갔을 것이다. 어떤 분은 몇 개월을 기다리셨다고 들었다. 듣기로 요즘에는 좋아져서 빨리 설치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절차는 여전히 길다. 외국인이니까 여기 저기 하루에도 몇 군데 다니면서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하지 현지인들을 시키면 대체로 안되면 안되나 보다 하고, 또 우리가 그 대리인에게 물으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것을 듣지 않는가 말이다.
오늘 당장 온다고 하고도 며칠을 넘기는 수가 많은데...... 오늘 오기는 올까...... 투덜 투덜........ 인내하자! 파키스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주님.... 오늘도 참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이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