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태신앙으로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회의 행사에는 항상 여러 번 참석했기 때문에 별다른 큰 감동 없이 그저 그렇게 보내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부활절의 행사도 그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색다른 부활절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양계장 창고에서 계란을 고르는 모습

2002년도의 부활절을 2달 정도 남겨두고 있을 때 파키스탄의 청년들간에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전 부터 크리스챤 마을을 방문하며 예수 영화를 보여주며 그 아이들에게 주님의 성령이 역사하시기를 기도하던 때였습니다. 이 영화를 한 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크리스챤 학교에서도 상영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물론 만장일치로 좋은 생각이라고 하며 선물도 함께 준비해서 주자고 하였습니다. 언제가 좋을까 이야기하다가 잡다가 아직은 저녁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에 날씨도 따뜻하고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부활절 저녁에 상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3월이 되면 이슬라마바드는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때 저녁시간이면 사람들이 바깥에서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날씨이고 교회의 절기상으로도 부활의 의미를 전해 주기에 아주 적절한 때였습니다.
그 목사님께 여쭤보니 학생이 못해도 200명은 올 것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휴 선물을 200개를 준비하려면 한 개에 100루피를 잡아도 20,000 루피(40만원 정도)나 되는 구나 하고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들끼리 돈을 모아서 하자니 좀 부담되는 액수였습니다. 그래서 선물을 좀 싼 것으로 하고 대신 손은 많이 가지만 부활절 의미가 있는 계란을 삶아서 함께 주기로 하였습니다.
부활절 몇 주 전부터 누구는 선물준비, 누구는 포장지 준비, 누구는 계란 준비, 누구는 장소 제공 등의 역할을 분담하였습니다. 아이들이 기쁨으로 부활절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3월 11일에 이슬라마바드 국제교회에서 수류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뉴스로 들으셨을 것입니다. 이제는 거의 정리가 되었지만 그때에는 한인교회의 목사님께서도 한국에 가 계시는 와중에 성도들의 불안을 가라 앉혀 줄 방도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모이기를 꺼려 하였습니다. 특별히 서양인들에게는 절대 많은 수가 모이지 말라는 권고도 있었습니다. 동양인들에게까지 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모이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만연하였습니다. 그때부터 현지인 교회의 성도들도 예배를 드리기 위하여 교회에 들어가려면 경찰들과 경비원들의 철저한 몸수색을 받고 나서야 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항상 부활절 새벽에 다마네코(이슬라마바드의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연합예배를 드리던 것도 취소되었기 때문에 크리스챤 학교에서의 행사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획대로 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준비하며 공책 400권, 계란 500개를 사기로 하였습니다. 한꺼번에 모여 포장하기로 하고 공책 포장하는 것 하루, 계란 삶고 포장하는 것 하루 이렇게 이틀을 잡았습니다. 공책을 포장하기로 한 날의 낮에 저는 계란을 사러 바깥에 나갔습니다. 계란 500개를 동네 가게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이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자칫하면 차비가 많이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현지인 친구에게 어디에서 계란을 싸게 살 수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나를 한참 기다리게 해 놓고는 전화를 몇 군데 하더니 한 번호를 알려 주었습니다. 자기 친구인데 양계장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3-4군데 돌아 다녀서라도 살 각오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리고 양계장에서 산 다고 해도 뭐 그리 많이 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많이 싸도 만원 이내로 차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전화번호가 아주 반가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쨋든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이므로 저는 전화를 했습니다. 금요일의 기도가 끝났으리라 생각하고 4시경에 전화를 했습니다.
500개의 계란을 한꺼번에 살 수 있나요? 얼마에 파시나요? 가게가 어디죠? 혹시 배달도 해 주시나요?
물론 충분히 있습니다. 가격은 보통 시장 가격보다 훨씬 좋을 겁니다. 가게는 핀디(이슬라마바드의 옆 도시)에서 좀 더 나가야 하는데 저의 동물약국에서 만납시다. 이렇게 저렇게 찾아오시면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오실 겁니까? 자동차는 있나요?
자동차는 없구요 오토바이가 있는데 오토바이에는 못 실을까요?
오토바이는 안돼요. 다른 차 없어요? 그럼 뭐 제 차로 가죠. 지금 바로 오세요.
사실 계란 값이 하나에 소매가가 40원 정도이기 때문에 500개를 해도 2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 아무리 도매라 해도 만원이상 차이 나겠습니까? 절약을 해도 많이 절약되는 것이 아니지만 친구의 소개이고 또 한번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나기로 한 동물약국을 찾아 갔습니다. 거기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그 사람의 자가용을 타고 양계장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 하려고 500개나 되는 계란이 필요하세요? 보아하니 장사할 사람은 아닌데...
음... 저는 크리스챤인데요 부활절에 계란을 삶아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려구요.
아 그렇군요. 저도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하더군요. 가족끼리 모여서 식탁에 둥그렇게 앉아 손을 잡고 기도하고... 계란을 먹고... 파키스탄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언제 오셨죠?
예... 3년 전에 와서 여러가지 일을 했었죠. 지금은 계약이 끝나서 곧 한국에 돌아 갈 겁니다.
지금 지나고 있는 곳이 공업삼각지대입니다. 여러 종류의 공장들이 모여 있죠. 저도 여기에 공장을 하나 새로 짓고 있습니다. 한 번 보실래요?
아 예... 주로 무슨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데요?
캡슐, 타블렛 등등...이죠. 이제 조금 있으면 완공될 겁니다.
라왈핀디 크리스챤 스쿨에서 예수영화를 상영하는 모습. 어린이와 동네 아줌마, 청년들까지 수백명이 몰려 왔다.

양계장까지 가는 길은 아주 멀었습니다. 가는 시간만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물론 새로 짓은 공장을 보고 가느라 시간이 더 걸렸지만요. 말을 하다보니 이 사람은 계란 몇 개 파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란을 팔기 위해 손님을 데리고 1시간 이상 자기 차로 자기 양계장까지 가서 몇 푼을 벌려고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어느 시골의 양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양계장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몇 동이나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늙은 닭들을 다 처분한 상태여서 닭은 없었지만 한 창고에 계란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아랫 사람에게 시켜서 깨끗하고 굵은 것으로만 골라 넣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17판 즉 510개의 계란을 차에 실었습니다. 싣고 보니 와.... 오토바이에는 상당도 하지 못할 큰 분량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이슬라마바드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람이 그 계란을 저희 집까지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는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그 사람이 참 고맙다 생각하면서 말했습니다.
짜에 마시고 가세요. 싫어요? 그럼 펩시라도 마시고 가세요. 왜요 마시고 가시라니깐요. 음.... 그럼 제가 얼마를 드리면 되나요?
돈 받지 않겠습니다. 그냥 접어 두세요.
예?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안되죠. 액수는 적지만... 그리고 차비를 따로 못드리지만 계란 값은 받으세요.
저희가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이 계란은 저희의 선물입니다. 부활절을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
세상에.... 돈도 안받고 쨔에도 안마시고 그냥 가 버리는 그 사람을 보며 감동이 밀려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저 사람에게 은혜를 주셔서 우리로 감격하게 하시는 구나.... 무슬림으로 받은 선물 부활절 선물....
그래서 저희는 하늘에서부터 온 계란을 잘 삶아서 기쁜 마음으로 포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 학교에 가서 예수 영화도 보여 주고 공책과 계란을 나누어 주며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조금 큰 청년들, 온동네 아줌마들까지 모여서 진지하게 난생처음으로 보는 예수영화를 보게 되었고 또한 선물을 받고 기뻐하였습니다. 왁자지껄하다가 영화가 시작되면서 숨을 죽이고 영화에 몰두하는 아이들.... 예수님이 기적을 베푸실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아이들.... 아이를 안고 와서 영화를 보는 아주머니들... 흐뭇하게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목사님과 교장 선생님....
불평과 모욕과 멸시 속에서 억압받는 이 곳 크리스챤들에게서 테러의 두려움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감사와 기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단지 기도하는 것은 이런 행사가 그저 잠시의 기쁨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속의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전해주시는 그 의미를 그들이 제대로 받기를 소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들을 귀 있는 자가 되어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이 어린 아이들이 이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되도록 잘 자라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2002년 3월 31일은 이전 어느 때 보다도 감격스러운 기쁜 부활절이었습니다.
지난 부활절을 기억하며....
2002년 4월
이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