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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ong MS 중국 리포트




삐엔파오와 중국


저는 지금 중국에서 처음으로 중국 최대의 명절인 春節(음력설)을 보내면서 [문화충격]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몸으로 겪는 춘절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중국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많이 보기는 하지만, 이 춘절 또한 이방인에게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람잡아 먹는 년(年)

한 해를 새로 맞을 때 '년(年)'이라고 이름하는 사람 잡아먹는 흉악한 동물이 섣달 그믐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년(年)이 삼킬 자를 찾아 한 동리에 갔더니 어린소년이 삐엔즈(鞭子-말채찍)를 돌리면서 놀고 있었는데 워낙 그 소리가 '파!(PA)..파' 하고 커서 도망을 쳤고, 다시 다른 동리에 갔는데 어느 집 문어귀에 붉은 옷을 씻어서 널어논 것을 보고 피하였고, 또 다른 동리에 갔는데 활활 타는 불을 보고 아주 멀리 도망쳤습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 년(年)이 제일 무서워하는 폭죽을 터트리고 붉은 종이에 복을 기원하는 春聯을 내걸고 홍등을 밝히는 풍습이 전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삐엔파오 피리파라 난리 천지

다른 것은 몰라도 각종 각색 화약을 터트리는 '삐엔파오'는 가공(可恐)할 광경을 보여 줍니다. 섣달 그믐밤 11시에 일제히 터트리는 '삐엔파오'는 마치 걸프전 때에 미국이 바그다드 상공에 퍼부은 대공습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거리며 옥상, 아파트 창문이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쉴새없이 터져대는 '삐엔파오'의 '피리파라!' 소리에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입니다. 요즘은 가격이 비싼 불꽃을 많이 쏘아올리는데 그 광경 또한 장관입니다. 귀신이 놀라기 전에 젖먹이 아기가 경기하고 임산부가 유산하고 고막이 터지는 일들이 속출한답니다. 화재와 화상건수는 이루 헤아릴수 없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폭죽 구입비용입니다. 중국의 한 문화전문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가구당 인민폐 150원 정도의 폭죽을 구입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전중국 4억5천만 가구를 곱하면 무려 6백7십5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옵니다. 우리 나라돈으로 계산하면 간단히 1조원을 넘습니다. 가구 당 수입이 한달에 1,000원을 넘지 않는 이들에게 한 순간에 날려 버리는 폭죽 구입비용이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큰식당이나 상가, 단위가 큰 관청이나 기업에서는 수 백만원어치의 폭죽을 구입하여 경쟁적으로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삐엔파오는 중국인의 마음

왜 중국인들은 이방인들이 보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그다지도 무모한 [삐엔파오 터트리기]에 골몰할까요? 이 문제는 그저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삐엔파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중국인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 때 중국정부는 '삐엔빠오'의 폐습을 없애야 한다고 하면서 단속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단속보다는 공익광고를 통해 계몽을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올해도 TV에서는 춘절을 앞두고 소방공안국(消防公安局)의 높은 사람이 나와서 엄청난 피해사례를 열거하면서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시내 번화가에서 노점상들이 삐엔파오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아도 단속하는 걸 보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춘절휴가를 마치고 업무를 개시하는 관공서 마다 입구에서 성대하게 [삐엔파오 터트리기]를 즐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삐엔파오'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씻어주는 통쾌한 즐기기입니다. 중국의 기독교인들도 신앙을 떠나서 이 '삐엔파오' 대열에 합류하는 걸 보면 이미 '삐엔파오'는 재앙을 쫓고 복을 기원한다는 그런 의미와는 별 상관이 없는 목숨을 건 즐기기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거친 중국여자들의 등살에 주눅이 든 세계적으로 불쌍한 중국남자들의 유일한 오락이고 보면 왜 '삐엔파오'에 중국인들이 목숨을 거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카타르시스는 말하기

중국인에게는 자아를 실현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리고 많이 억압되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인들은 소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불쌍해집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음악 시간마저 낭비라고 빼버린 오직 입시를 위한 암기와 몰개성의 철창입니다. 그리고 대학은 대학문화와 낭만이 없는 그야말로 지식 기능공 양성소입니다. 어떤 한국인이 대학교 입구에다가 카페를 열겠다고 해서 극구 말렸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대학생들은 대학문화를 즐길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한국의 중학교 앞에다가 카페를 차리는게 훨씬 나을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오락은 가슴이 후련하도록 말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모두 능변가들입니다. 어디서나 모이면 재잘재잘 웃고 떠듭니다. 사실 별로 우습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은 거의 '말 꼬리 잡기' '말 이어 가기' 등 '씨아화(笑話)' 가 대부분이며 '핑수(評書;스토리텔러)'라고 한사람이 오직 말로만 떼우는 시간이 있는데 무려 두시간씩 계속해도 얼마나 이야기를 잘하는지 듣는 사람들이 홀딱 빠져 듭니다.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거의 오후 내내 '핑수'들의 구수한 입담이 흘러나오는 방송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판소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데 말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판소리를 인기방송 시간대에 흘려 보낸다면 얼마나 듣겠습니까?

일년의 카타르시스는 삐엔파오

그러니까 일상적인 삶에서 생기는 자잘한 스트레스는 수다떨기로 카타르시스를 하고 일년 동안 쌓인 큰 스트레스는 삐엔파오로 날려 버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말하기 수다떨기는 여자입장에서는 아주 수월합니다. 집에서도 남편을 윽박지르며 할 소리 못할 소리 퍼부어대고 안되면 울기고 해서 여자들은 거의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습니다. 일상적으로 카타르시스가 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권력과 힘을 못 가진 대부분의 불쌍한 중국 남자들은 가는데 마다 억눌리고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집에 가면 아내에게 억압받고 자식 눈치 보니까 세계적으로 가장 눌린 남자들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춘절을 맞아 모든 스트레스를 천지를 울리는 '삐엔파오'의 폭음과 함께 하늘로 쏟구치는 불꽃에 실어 날려 보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삐엔파오'는 중국남자들의 오락이며 카타르시스인 것입니다.


[ Webzine MIR 2003년 2월호 Ind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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