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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 연구물

인도 체험기
12기 박정옥



낮은자들의 친구

얼마전 사무실을 나서면서 은행에 갈려는데 우리 사무실 경비아저씨가 제게 다가와 불쑥! '오늘 시장에 가야하는데 6,000원(200루피)을 빌려주면 내일 갚아줄께' 하고 말했죠..순간 미안한 기색하나없이 제게 그런 말을 하는 아저씨의 태도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빌려주었죠..물론 그 다음날 아저씨는 돈을 갚았구요..어김없이..

며칠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저희 사무실에서 커피심부름과 잡다한 심부름을 하는 아저씨가 무슨 쪽지를 가지고 와서 제가 일도하기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죠..처음에 아저씨의 의도를 잘 못알아들었죠.
설마 저 한테 그런 부탁을 하리라고 생각을 못했죠..왜냐면 그 아저씨는 급이 아주 아주 낮아서 사무실에서는 다른 직원들한테는 거의 말도 잘 못하는 정도거든요..근데 제게는 불쑥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이 순간 저도 불쑥 언잖은 생각까지 들었죠..

또 우리 사무실에서 전화 교환원으로 일하는 아가씨는 저를 가끔 '귀엽다'고 까지 하면서 물론 친근함의 표현이겠지만..(사실 내가 훨씬 나이 많은데 ^^;;$%#) 제 얼굴을 쓰다듬어서 제가 화들짝 놀랐죠..(같은 급의 친구들 한테만 할수 있는 표현이죠).

또 얼마뒤 사무실 운전수 아저씨 한명이 점심시간인데 돈이 없다면서 저녁에 줄테니 1500원(50루피)만 빌려달라고 앴죠..또 빌려주었죠..

우리 사무실의 또 다른 심부름 하는 청년.. 다른 사무실 직원한테는 단 한마디 불평도 못하지만 저 한테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기 의사 표현도 하고 때론 불평까지도 하죠.

우리 또 다른 운전수 아저씨..다른 사람들한테는 말 못해도 저 한테는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이것저것 사무실 일에 대한 불평도 하고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는 속 이야기도 털어놓죠..

사실 이런 일들은 상상할수 없는 일이죠..다른 직원들에게는..왜냐면..
인도나 파키스탄등의 사회는 아직 계급과 계층의 차이가 뚜렷해서 급이 다른 사람들과는 잘 친분을 나누지 않죠.
또 특히나 사무실에서 급이 낮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교류를 하는것은 거의 없는 일이라 할수 있고..더구나
사무실의 어느누구도 운전수나 교환원이나 사무실의 심부름하는 사람들을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사람들도 감히 직원들에게는 부탁의 말은 커녕..친근한 대화도 하지 못하죠..

근데 왜 저한테는 불쑥 불쑥 이런 저런 부탁도 하고 또 자기들 속이 이야기도 털어 놓는 것일까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속으로 화가 나기도 했죠..'도대체 나를 왜 이렇게 만만하게 보는걸까?' 하구요..
다른 직원들한테는 너무나 깍듯이(?) 대하면서 내게는 가끔 너무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이 최근에는 저의 신경을 많이 자극했답니다..그래서 속으로 내심 언잖아 하기도 했죠..
마치 내가 급이 낮은 사람들과 친하면 나까지 급이 낮은 취급을 당하거나 다른 직원들로부터 업신 여김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그래서 급이 낮은 사람들과 좀 경계를 두어야 하는건가 까지 생각했죠..
순간 저의 마음에 든 생각은 얼마나 저의 마음이 강팍해지고 메말라졌나 하는 것이었죠...
어느덧 이곳의 한 문화..그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계급문화를 나도 따르려고 하는 것인가..
타인들로 부터 낮은자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 말이죠..

참으로 그분을 따르는자 답지 않는 생각이었습니다..그치만 그것이 사실이었죠.이곳.. 이 나라..이 문화속에서.
어느 누구도 낮은자의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높은자들..급이 높은자들과 친구가 되는것이 자신들의
급도 높게 취급당하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아마 그런 현실속에서 저 혼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태도를 지키며 저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나봅니다..
그분의 삶을 떠올리며......너무나 낮은자들의 편이었던..어쩌면 제가 지금 속해있는 이곳의 문화보다 더 심한 편견과 차별의 문화속에서 일부러 더 낮고 낮은자들의 편에서 친구가 되면서도 존귀함을 잃지 않았던 그분을 생각합니다..나의 존귀함은 급이 높은 사람들처럼 행동하는데서 오는것이 아니라 낮은자들의 친구가될때 그분이 지켜주시는 것임을 다시 기억하려합니다....그분의 법칙을 상기하고 따르며 지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이곳 문화와 환경속에 다시 그분의 주시는 힘으로 싸울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 제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심하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 상처가 난 곳에 땀띠와 겹쳐서 피부병이 시작되었죠..약을 바르고 이것 저것 노력하고 있는데 거의 45도를 오르내리는 계속적인 더위에 상처가 아물지 않고..피부병이 오히려 몸 이곳저곳에 퍼지고 있어서 약간 걱정이 됩니다..기도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싸우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가는 것이죠..
싸우기에 더위에 지친 육신이 연약한 몸이 힘겨움을 더욱 느낍니다..
그러나..죄와 싸우되..피흘리기 까지 싸우지 않는다고 책망했던 바울의 말을 떠올리며..
연약한 손과 무릎에 힘을 낼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초띠옥이..



[ Webzine MIR 2003년 6월호 Ind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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