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람들은 사상의 갈등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의 정신구조(멘탈리티)는 여러 가지 상황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동의 어느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은 하나같이 오늘의 세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끌어가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집 옥상에는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고 유럽과 미국의 프로그램을 즐겨한다. 물론 그들 중에 이것을 싫어하여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이스라엘에 대해 질문해보라. 당장 흥분하면서 이스라엘은 전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라빈 수상이 죽었을 때 그를 보고 눈물을 보였던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오늘날 중동 사람들에게는 다음 네가지 사상의 흐름이 있다. 이 네가지 사상은 서로 부딪히며 중동 사람 개개인에게 갈등의 구조를 낳고 있다. 첫째는 이슬람 운동인데 오로지 이슬람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점이라고 보는 사람들이다. 이슬람운동에도 자신들의 그룹만이 정통이며 자신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이슬람운동은 자신들과는 별개로 보고 심지어는 그들을 무슬림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자신들의 이론과 논리를 앞세워 자신들의 생각만이 정통이고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별개의 다른 사람들임을 공언한다. 그런데오늘날 중동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이슬람의 운동을 보면서, 앞선 이슬람운동의 공통점을 찾아 자신이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기에 이슬람운동 안에서의 무슬림간의 갈등은 우리가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복잡한 것이다.
두 번째 중동사람들이 갖는 사상의 갈등은 1910년 이후 민족주의 운동이다. 아랍인만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이슬람 종교는 사상의 중심에서 거리가 멀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아랍민족주의라는 테두리안에서는 타종교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랍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면 그들은 또 다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전락한다. 이들에게는 파키스탄 무슬림보다는 아랍 무슬림이 논제의 핵심에 자리하고 중앙아시아, 파키스탄, 한국의 무슬림은 변두리에 자리한다. 더구나 중동 안에 사는 아랍인 이외의 아르메니아인, 아슈르인, 콥트인, 아프리카인마저도 이들에게는 전혀 논제의 중심에 들어 오지 못한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중동에서도 샴지방(요르단,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의 아랍어가 표준어에 가깝고 그들이 아랍어를 잘한다고 하면서 중동의 타국가에서 온 사람들의 아랍어는 형편없는 것으로 공공연히 말한다.
중동의 아랍민족주의에는 사회민족주의(Social), 문화민족주의(Cultural), 언어 민족주의 (Linguistic)가 있는데 가장 심한 갈등은 언어민족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중동사람들은 아랍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전혀 상종하지 않으려는 심성이 있다. 이라크의 아슈르인들은 같은 국가와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슬람을 믿는 아랍인들을 아주 싫어하여 이슬람을 전혀 배우려들지 않고 아랍어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완벽한 아랍어를 하지 못한다. 중세의 이븐 씨나(아비센나Avicenna)는 페르시아인이었지만 오늘날 중동의 아랍인들은 그가 무슬림이었고 아랍문화 속에 살았기 때문에 그를 아랍인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중동에 사는 사람들이 갖는 의식의 흐름에는 탈 아랍문화 운동이 있다. 아랍 문화 이외의 것을 수용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아랍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 사상에 젖어 있다. 수단,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리비아, 시리아 등만 예로 들어도 금방 눈에 띄게 공산주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있거나 이와 유사한 정당이나 단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 종교 안에서의 갈등, 민족주의 안에서의 갈등 이외에, 다른 사상을 지지하는 무리들 안에서 갈등이 있지만, 리비아의 중국식 사회주의, 시리아의 사회주의, 이라크의 사회주의 정당 등 중동 국가간에도 갈등은 있다. 곧 정치와 결부되어 있기때문이다.
네 번째 중동 사람들이 겪는 사상의 갈등에는 모든 사상의 흐름에 전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른 문화와 종교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이 말세이고 앞으로는 더 악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과거가 좋으니 과거로 돌아가자는 사람들이다.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이들 네 그룹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각기 올바른 길을 가고 있으므로 각기 자신의 그룹으로 들어와 자신들처럼 행동하라고 부르짖는다. 그러나 이제 중동지역에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디로 가야할지 이 네가지 사상의 흐름이 그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사상의 다양함과 복잡함으로 인해 어디로 가야할지 혼돈의 와중에 서 있는 사람들이 오늘 중동에 사는 젊은 세대들의 현주소이다. 이들 그룹 간에 실로 어느 쪽이 진실인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