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인권센터(이사장 박형규)는 5·6공 때의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조사와 배상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단체들과 함께 전담기구를 구성해 이 문제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인권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소송에 의해 개별적으로만 이루어져 많은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연세대 알렌관에서 연 정책간담회에 사회단체들을 초청해 이러한 구상을 밝혔으며 이달 안에 사업계획을 확정해 기구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한 희망과 정의 실현 위원회'(가칭)라는 이름으로 출범하게 될 이 기구는 피해사례 접수, 진상조사, 배상 등의 사업을 벌이게 된다. 인권센터 신승민 목사는 “피해자들 가운데 박종철·강경대씨 등 몇몇 사람만 소송에 의해 배상을 받았을 뿐 고문 피해자 등 대부분이 정당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시국사건 관련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피해를 본 경우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이를 위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민주주의민족통일유가족협의회 등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인권센터는 협의가 끝나는 대로 정계·종교계 등 각계 인사들을 참여시켜 가을에 발기인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인권센터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인권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국민기금 조성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제 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민주유공자 포상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5·18 민중항쟁 의 경우 처럼 체계적 진상조사와 피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한편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사면위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주관으로 열리는 인권회의에 참여해 남아공·보스니아 등의 인 권침해 사례 처리 방법과 경험을 수집해 앞으로의 활동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정남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