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신흥종교연구」 펴낸 노길명교수
경향신문 96.10.19
－"신흥종교 갈수록 기복주의 성향"－
신흥종교연구가인 고려대 노길명(盧吉明·52·종교사회학)교수가 우리나
라 신흥종교들의 전개과정과 사상적 성격, 교리와 활동, 신흥종교운동의 역
할과 과제 등을 분석한 신저(新著) 「한국신흥종교연구」(경세원刊)를 펴냈
다.
88년에 「한국의 신흥종교」(가톨릭신문사刊)를 통해 한국신흥종교들을
『기존 사회체제와 기성종교로부터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에 의해 전개되
는 민족·민중종교운동』이라고 평가했던 노교수는 이 책에서 최근 신흥종
교계의 변화상에 주목하고 있다.
『신흥종교들이 자체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비교적 동질
적인 성격을 보이던 신자들의 계층구성이나 관심내용 등이 점차 이질화되고
있으며 교리나 사상체계, 운동방향과 방법 등도 분화되고 있는 추세지요』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생성돼 인간존엄성이나 사회정의와 평화 등 보편적
가치 및 윤리덕목을 강조하던 신흥종교운동이 80년대 이후 적잖은 변화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수준의 향상과 사회안정 등이 이뤄지면서 보편적 가치와 공공선(公
共善)보다는 개인의 건강과 안녕, 심리적 안정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90년대 들어 기(氣)나 명상·요가·선(禪)·도(道)·초월적인 것 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또 소외계층이 주류를
이뤘던 예전과 달리 화이트칼라나 중산층 등이 신흥종교운동의 중심세력으
로 등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
지구촌」으로 압축되면서 외국 신흥종교의 유입도 늘어났으며 성직자나 예
배의식, 예배공간이 없는 「보이지 않는 종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
니다』
이같은 신흥종교계의 새로운 현상은 불교(중산층률 50.7%) 개신교(〃 66
.6%) 천주교(〃 76.1%) 등 기성종교들의 중산층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무
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성종교가 장년층 이상의 기성세대와 중산층의 욕구에만 부응하다보니
여러 계층의 욕구를 고루 충족시켜주지 못해 성장률이 둔화되는 반면 다양
한 신흥종교들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JMS선교단이나 통일교, 증산교 등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흥종교는 500여개를 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
어날 것입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개인의 가치와 생활양식이 다양하므로
다양한 종교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자신의 신앙만 내세우기보다
이해와 관용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교수는 또 일부 기성종교와 신흥종교들의 성장지상주의, 기복주의, 개
인적인 신비체험에 대한 강조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와 관련해 『신흥종
교들도 지배이데올로기에 영합하지 않고 민족·민중종교로 태어났던 창교정
신과 도덕성을 잃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