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선교사... 선교지에서 함께 사시는 어머니
선교지 모스크바에서 아들 허귀암, 나계숙 선교사 부부와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74세 되신 어머니의 성함은 김분월, 이북 함경북도 성진에서 1926년 12월 16일 출생하셨다.
일찌기 남편을 여의고 1남 2녀의 자녀를 고생하시느라 평생을 고생하셨는데......
늙어 편안히 사셔야 하실 이 때에, 선교지 모스크바에서 함께 아들 부부와 함께 생활을 하고 계신다. 방 2개, 작은 거실 1개인 작은 아파트 공간 안에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4사람이 대화 상대 전부인 답답한 생활 가운데에서도 잘 인내하며 살아가신다.
심심해 할 것이 없어, 묵묵히 방 안 한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두꺼운 볼록렌즈 안경 넘어로
잘 보이지 않는 글씨들을 천천히 읽으며 책을 넘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때때로 괜스레 나의 모습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머니를 편안히 모실 수 없는 나의 삶의 환경 때문에.....
가끔은 한국에 있는 큰 딸과 작은 딸들의 가족들 - 사위 이서방과 외손자 정욱이, 외손녀 정은이가 보고 싶으신가보다. 그러나 입으로는 " 아니 ? 한국에는 왜 가니 ? 필요없어..." 하신다. 생활만 넉넉하면 자주 다녀오시게 하고 싶건만...
마침 건강은 좋으셔서 별 어려움은 없다. 식사도 잘 하시고, 그러나 말이 별로 없으시다. 그져 조용히 계신다. 아파트 공간 안에서 다람쥐가 체바퀴를 돌 듯..... 하루 종일 하시는 일은 걸레를 손에 잡고 여기 저기 닦고 다니시는 것이 전부이다. 덕분에 방 안은 깨끗하다. 먼지가 쌓여 있는 곳이 없다.
종종 손자 건이와 손녀 허 미가 할머니를 모시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재미가 별로인가 보다.
러시아를 위하여 나의 삶은 물론 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삶까지도 희생이 되고 있는데,
선교의 열매는 속히 알알히 맺히지 아니하고, 갈 길는 더욱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다. 하나님 어머니의 희생까지 동원된 나의 선교 사역 위에 성령의 은사들을 더하소서 ! 넘치도록..... ! 여러분, 늙으신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샬롬 ! (작성 2000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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