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 보영이
하이루, 잘 있었어?
나 허미야.
어떻게 지내니?
전부터 너한테 메일로 편지 할려구 했는데 주소를 몰라서 못 했어.
어떻게 지내니?
저번에 보낸 편지까지 합하면 두번 째 편지를 보내는 거지?
우리 서로 자주 편지 하고 지내자.
근데 에스더랑은 서로 연락하고 지내니?
에스더한테도 편지 보냈는데...
전화는 안 하니?
혹시 에스더가 너한테 전화 해서 내가 편지 했다고 안 그러니?
보고싶다...
뭐하고 지내니?
난 요즘 방학이야.
오빠두...
맨날 놀러 다닌다...
부러워 죽겠어...
근데 너 남자 친구 생겼니?
얼굴은 많이 바꼈니?
거기 생활 적응은 잘 되가?
키는 많이 컸니?
나는150cm야.
제발 너보다는 컸음 좋겠다...
나 키 작은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거든...
글구... 살은 많이 쪘니?
우..
오랜만에 편지 쓰니까 진짜루 궁금한 게 많아...
답장 해 줄꺼지??
참, 내가 너 한테 말했나, 나 한국 친구 사귀었어.
이름 : 김사라.
나이 : 13세
생일 : 88.01.09
취미 : 음악듣기 글구 그림 그리기...(아마도)
특기 : 공부 잘하기, 말싸움하기(아마도...)
전공 : 바이올린
꿈 : 바이올리니스트
좋아하는 음식 : 된장 찌개, 김치 찌개
안 좋아하는 음식 : 햄버거, 스테이크(아마도)
키 : 148cm
몸무게 : 35kg
이런 아이야...
물론 언니지만...
그래서 너희들이 더 보고싶나봐.
이 러시아의 모스크바에는 나랑 동갑인 애가 한명도 없거든.
아, 딱 한 명있다!
이채리...
하지만 난 그 애랑은 친하지 않아.
글구 다른 사람들은 다 동생들이나 언니 오빠들이야.
나 정말 불행아지?
그래서 세경 오빠네랑 새봄언니네랑 우리 가족이랑 모이면
맨날 일경 오빠가 기도하거나 내가 기도 해야해.
정말루 불공평하지?
막내라서 기도해야 하고 젤루 첫째라서 기도해야 한다는 그 상식이 정말 싫어...
참, 근데 너 거기서 미국 학교 다니니?
나?
나야 뭐 알다싶이 러시아 학교 다니고 있어.
그네신 음악학교.
알지?
너랑 에스더가 아직 한국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내가 러시아 학교로 전학 왔으니까.
아직도 피아노 치고 있다….
점점 더 하기가 싫어지는데 엄마 아빠는 점점 더 피아노 치라고 잔소리 하셔.
정말 싫더라..
옛날엔 피아노 연습 안 해도 괜찮았고…
숙제도 한국 숙제였고 .…
비록 연극,한국 학교,발레,피아노 개인 교습,러시아 학교 이렇게 다섯 가지 일들을 해서
정말루 바빴지만…
지금은 러시아 학교 하나에 피아노만 해도 하기가 싫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이러다가 정말 나 미쳐버리는 건 아닌지…
정말 미치겠어.
으유, 생각 같아서는 확 미국으로 도망가고 싶다.
아니면 한국으로...........
정말 이 지긋지긋한 러시아에선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아.
하지만 어쩌겠니?
내가 아직 다 큰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돈도 없는데 어떡하냔 말이야~!
그래서 겨우겨우 참고 살아간단다…
정말 팍 울고 싶어.
내 맘대로 살고 싶어.
근데 이상한 건 내가 울면 엄마 아빠는 이유도 모르면서 야단을 치셔~
정신 차리라고…
내가 뭐 정신이 빠져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지겨워 정말…
나 아무래도 사춘기 인가봐.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조카들이랑 할머니가 모두 내 신경을 건드리는데…
사춘기가 이렇게 어려운 고비인 줄 몰랐어.
너도 이제 사춘기 시작일 때지?
넌 아마도 괜찮을 거야.
내 얘기 듣고 너무 겁 내지 마.
음…
이제 그만 쓰고 싶다.
손이 아파와.
아무튼 너의 건강과 건강한 영적 신앙과 좋은 학교 생활을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만 쓴다.
안 녕!!!
Good Bye ~ My Best Friend!
2000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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