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정우 목사
1990년 3월 3일,79세의 나이로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피멘(Pimen)이 죽었다. 그는 19년 동안 총대주교직을 수행하였는데, 어떤 이들은 피멘에 대하여 "경건한 기도의 사람이었으며 무신론자들의 위협 앞에서 교회를 지키려던 성직자"로 평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권력 앞에서 무기력한 비겁자" 였다고 평하기도 한다.
1990년 6월 7일 세르게이 라도니쉬끼 수도원(일명 자로르스끼 수도원)에서 3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석한 러시아 정교회 총회(Sobor)에서 레닌그라드 대주교를 총대주교(Patriarch)로 선출하였다. 선거일 하루 전에 약 90명의 주교(Bishop)들이 회의하여 3명의 후보자를 내세웠는데, 총회에서 레닌그라드의 알렉세이(Aleksey)가 로스토프의 블라지미르(Vladimir of Rostov),끼예프의 필라렛(Filaret of Kiev)을 제치고 당선되었다. 알렉세이가 당선된 사실을 지켜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하였다. 사실 알렉세이의 당선은 어부지리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대주교 필라렛은 매우 보수적인면서도 아주 타협적인 인물이었지만,우크라이나 교회와의 일치문제에 있어서 많은 결점을 지닌 인물이었다.대주교 블라지미르는 나이가 비교적 적고 아주 진보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으며 기존의 모스크바 교회정치에 때가 덜 묻은 성직자로 알려져 있었다. 스몰렌스크의 끼릴(Kirill of Smolensk,현재 러시아 정교회 외무부 책임자)은 매우 저명한 인물이었으나 그의 연소함과 비범한 성격으로 인하여 아예 후보자 명단에 빠져 있었다.
알렉세이 2세(Aleksey Mihailovich Radiger)는 1929년 2월 23일 에스토니아의 탈린(Tallin)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법률가 집안이었는데,조상적부터 레닌그라드에서 살아오다가 1917년 혁명으로 인하여 그의 아버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가 에스토니아로 이민을 갔다. . . , , .1994, pp.6-7. . 1926년 엘레나 요시포브나에게 청혼하여 결혼하였으며 3년 후 알렉세이를 낳았다. 그의 아버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는 성직자가 되고 싶었으나 근처 신학교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1938년 탈린에 러시아어로 강의하는 신학교가 장사제(결혼한 신부들 중에서 어른)요한의 수고로 개설하자마자 입학하여 1940년도에 이 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졸업 직후 안수를 받아 교회전임전도사(러시아어로는 산 디아콘(san-diakon)이라고 함)가 되었다가 2년 후 정교회 신부가 되었다. 이후 그의 아버지는 탈린의 칸잔스키 성당에서 오랫동안 봉직하였다.
이러한 아버지의 영향 하에서 알렉세이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봉사(촛불켜기,시편낭송,주임 신부보좌 등)를 하며 성장하였다. 어릴적부터 성직자가 되어서 교회봉사하는 일을 꿈꾸다가 1946년 레닌그라드 신학원에 입학을 시도하였으나 허락을 받지못하여 학부 3학년에 편입하여 과정을 끝낸 후에 신학원(Akademia)에 입학하였다. 신학교 졸업 이후 1961년까지 탈린의 주교로서 일했다. 1961년 3월 3일 세르게이 라도니쉬끼 수도원(자고르스끼 수도원)에서 평생 수도사생활을 서약하였다. 그리고 3년 후 러시아 정교회 총회의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1986년 레닌그라드와 노보그라드의 대주교가 되었다. 당시 그는 일반적으로 민족주의자들의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예컨데 에스토니아인과 러시아인들 사이에 우호증진에 기여한 일로 유명해졌다. 그는 에스토니아에서는 에스토니아 언어로 정교회 미사를 드릴 것을 촉구하였고, 결과 지금 에스토니아의 대부분 교회는 자국어로 미사를 드린다. 그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적극적이며 1961년부터 1968년까지 WCC중앙위원으로 봉사했으며,1987년 이래로 유럽교회 대회(Conference of European Churches)의 의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알렉세이의 이력서에 관한 논란이 있다. 예컨데 1970년대에 만들어진 공산당 중앙위원 리스트 속에 총대주교 피멘의 이름과 나란히 대주교 알렉세이의 이름이 적혀있으며,1970년대 중반에 왕성한 활동을 행한 공산당 산하 "종교업무부 발행 홍보문(Council for Religious Affairs Communique)에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한 일군의 주교단의 이름들과 더불어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활동상은 공산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남겼다. 1988년 성상파괴를 주장하는 잡지 "글라스노스트(Glasnost)"는 알렉세이를 비롯한 종교전문가들의 글을 자주 출판하였는데,여기에 알렉세이는 자신의 동료 주교들의 활동과 연설문들을 자주 게재하였다. 따라서 이 잡지에 실린 그의 글을 읽어 보면 그의 사상을 금방 알수가 있다.
1977년 어느 인터뷰에서 "모든 시민은 종교에 대한 자유를 지닌다. 어는 특정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고용,승진,직장활동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나라의 법은 종교적인 이유로 시민이 박해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적인 견해를 밝히는 일과 관련하여 비난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고 하였다. 같은 해 알렉세이는 소련의 헌법을 개정한 브레즈네프를 찬양하였다. 그것은 그 헌법이 시민의 참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대문이었다. 1980년 후반에 알렉세이는 소련 내에서는 어떤 국민도 종교적이거나 이념적인 확신으로 인하여 체포되는 일이 없다고 힘주어 강조하였다.
그러나 고르바쵸프 시대에 알렉세이의 목소리는 다소 달라졌다. 총대주교로 선출된지 불과 10일 지났을 때,일간신문 이즈베스찌야 志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교회를 배신한 적이 없다. 우리가 알기로는 우리 교회가 소련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가끔 우리는(종교인들) 2등 국민으로 분류되곤 한다...... 혹독했던 혁명시대와 스탈린 시대 동안 조국을 떠나 외국에서 안전하게 지낸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들이 우리를 비난하는 일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면초가 중에서도 종교예식을 집전할 수가 있었다........ 세례식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원래 세례식에는 그 부모의 동의와 서명과 함께함이 필수적이었으나,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곧바로 소비에트 행정국으로 전해지곤 하였다."
정교회 신부 야쿠닌(Gleb Yakynin,현재 러시아 국회의원)은 1990년 8월 총대주교 알렉세이는 지금도 활동중인 KGB의 끄나풀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회의 역사는 한때 세속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던 종교지도자들로 가득차 있으며,지금도 상당한 위엄과 권위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가 총대주교로 선출된 직후 프레스 센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옹호하려는 법(Law on Freedom of Conscience,1990).이 법은 1990년 10월 9일 일간신문 프라우다 지에 발표되었다. 모두 6장 31항으로 되어있다. 제1장에서는 개관, 2장에서는 소련에서의 종교단체 조직, 3장에서는 종교단체의 재산권에 관하여, 제4장에서는 예배의 자유를 지닌 종교단체와 시민들의 권리에 관하여, 제5장에서는 종교인들의 법적 지위 보장에 관하여, 제6장 종교활동을 지원을 위한 국가행정기관의 역할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이 종교교육을 위하여 어린이 학교를 설립하려는 교회를 허용하지 않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 기자회견의 여파로 소련국회는 종교양심에 관한 법률안을 재검토하였다.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알렉세이 2세는 과거의 일로 평가되기 보다는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들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일정한 기간이 지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현재 그는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다닐로프 수도원에 집무실을 가지고 있다.그는 1953년 레닌그라드 신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얻었으며,교회역사와 기타 주제로 200여편의 크고 작은 논문들을 발표한 학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