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멘, 그는 누구인가?
요약 번역:남 정우 선교사
번역자의 변:최근 러시아 정교회 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러시아 정교회는 커다란 하나의 바위 덩어리인가? 얼핏 보기에 그런 것 같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굉장한 역동성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꿈틀거림을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하여 우리가 느낄 수 있겠지만, 복음전도자 알렉산드르 멘의 일대기를 통하여 우리는 러시아정교회의 복음적 갱신운동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스탈린,후르시쵸프 시대의 종교말살 정책 가운데서도 기독교 신앙인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으며, 러시아 기독교 지성인들의 사상과 비젼이 무엇이었는 지 멘의 생애를 통하여 우리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신앙의 행적들 1990년 알렉산드르 멘은 살해당하기 전발 밤에 행한 그의 강연 끝부분에서 자신의 삶의 목표는 다름아닌 "기독교"라고 하였다. 그가 말하는 기독교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삶을 의미한다. -구주로 고백한다- 이 말의 본래적인 뜻에 그는 충실하게 살려고 했다. 항상 그러했듯이 그의 강연은 명쾌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부활의 아침에 시작된 주님의 승리는 이 세상 끝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 기독교(정교회)의 갱신운동은 부활의 능력을 확신하는데서 시작된다. 이러한 진리는 특별히 알렉산드르의 생애와 활동을 통하여 잘 드러난다. 정신병 의사였던 알렉세이 츠벨리크(Alexei Tsvelik)가 잘 말했듯이,알렉산드르 멘은 두려움에 잘 길여들여진 사회 속에서 두려움 없이 삶을 산 대표적인 신앙인 이었다. 그렇게 할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하나님 중심적인 삶 때문이었다. 그는 항상 그의 청중들에게 귀가 울리도록 "하나님은 당신의 삶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삶의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알렉산드르 멘에 대한 이베스 하만트(Yves Hamant)의 풍부하고도 생생한 전기문은 러시아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독교인들에게도 매우 교훈적이다.
서문 14 알렉산드르 멘이 그의 첫 번째 책 "사람의 아들"을 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목회활동과 저술활동의 머릿돌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삼았다. 이러한 그의 결심은 그의 저술활동에서 기독론적인 특징으로 잘 나타난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그리스도 중심적이었다. 심지어는 다른 종교들에 대한 저서들 속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데, 그는 모든 종교의 가르침들은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세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았다. 다른 종교들은 사실 그리스도의 빛에서 갈라져 나온 곁줄기들이라고 그는 보았다. 그는 자신의 독자들을 생각할 때에도,자신의 청중들을 생각할 때에도 항상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생각하였다. 사도 바울이 말한대로 "하나님이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기초로 삼으셨는데, 이 기초 이외에 누가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있단 말인가?"(고전3:11) 이것이 그의 확신이었던 것이다.그의 모든 목회적인 활동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inculcate되풀이하여 가르치다,심어주다. :사람들을 예수 그리리스 구원자에게 인도하여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게 만들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도록 되풀이하여 가르치는 것.
첫 번째 계명이 말하는대로 "너는 너의 주 하나님을 사랑하라. 온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성으로 다하여(막12:30)",이것이 그의 삶의 목표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고 사람이 되셨다. 아쉬운 것은 우리 자신이 기독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부족함이 종종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수많은 예배자들이 시각적인 것들과 기도소리나 예식에만 집중한 나머지 구원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않는다는 사실이다. 주문처럼 반복해서 외우는 은혜없는 예식용 언어들이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를 대신하고 있다. 마태복음에 기록된대로 "사람들이 나를 헛되이 경배하며 사람들의 훈계를 교리로 가르치고 있다(마15:9)". outer밖의, 외면적인 이런 경우에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은 사람의 깊은 의식과 행동양식을 변화시킬수가 없다. 알렉산드르는 그자신의 온 힘을 다해서 그의 교구신도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영적으로 깨울려고 노력하였다.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사랑하도록 가르쳤다.
1990년 9월 9일 주일 아침 모스크바 근교 자고르스크 라는 시골 마을에서 러시아 정교회 신부 알렉산드르 멘은 괴한에 의하여 도끼로 무참히 살해당했다.그는 20여년 동안 봉사해온 시골교회에 주일설교를 하기 위해 나가던 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모스크바와 러시아 정치인,지식인,종교인들 사이에 굉장한 수렁거림이 일어났다. 1990년 9월 1일 멘은 신부 안수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1988년 소비예트는 종교에 대한 정책을 바꾸었다. 고르바쵸프 소련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를 선포하였던 것이다. 멘은 이제 더 이상 주저함이 없이 적극적으로 수많은 학교,연구소,지성인들의 서클,문화센터로부터 초청받는대로 가서 종교강연을 하였다.그해 부활절 그는 60명의 성인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멘은 자고르스크 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자고르스크의 원래 이름은 수도사 "세르기우스 마을"이었다. 세르기우스는 14세기 경 이곳 숲속에 들어가 은둔처를 정하고 수도생활을 하였는데, 그의 경건생활에 감화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서 집단적인 수도생활이 시작되었다.특별히 세르기우스의 이름이 러시아 역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의 애국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여러명의 지방 영주들이 춘추전국시대처럼 러시아를 다스리고 있었고,국권은 몽고제국에게 빼앗겨서 벌써 200년 이상 몽고의 종살이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가슴아프게 생각한 세르기우스는 여러 지방 영주들을 만나 설득하여 모스크바 영주를 중심으로 합심단결하여 몽고의 굴레를 벗어버리자고 하였다. 그의 성실한 권유와 설득의 결과로 러시아의 여러 지방 영주들은 모스크바 둔스코이 영주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몽고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세르기우스는 계속하여 엄격한 수도원 생활을 통하여 많은 후배 수도사들을 양성하여 모스크바 근교 여러 작은 도시와 시베리아 지역 깊숙한 곳까지 제자들을 보냈다. 그의 제자들을 스승을 본받아 숲속에 들어가 은둔생활과 경건생활을 하는 가운데 주변 지역의 원주민들 가운데 추종자들을 얻어 정교회 성당과 어린이 학교를 세워 도시를 형성해 나갔다. 결과 러시아의 국토는 시베리아 깊숙한 곳까지 확장되어 나갔고 19세기 말엽에는 알래스카에까지 정교회 수도사가 들어가 세례를 주었다. 지금 자고르스크 수도원 안에는 러시아정교회 신부를 길러내는 러시아 정교회 신학대학원이 있다. 바로 여기서 멘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멘은 머리 뒷부분을 도끼로 맞았다. 집에서 일하던 그의 아내가 집 정원 문밖에서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피가 낭자한 모습으로 땅에 엎드러져 있었다. 두려워 소리를 지르며 다른 사람을 불렀다. 직업적인 살인범에 의한 소행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도끼는 러시아 농부들이 외국인 침입자,원수를 죽일 때 사용하던 무기이다. 도끼는 배신자 처벌용 도구였다. 전통적으로 공공의 정의를 상징하는 징벌용 도구였다. 또한 도끼는 유대인 대학살,유대인 협박용으로도 사용되었다. 사실 알렉산드르 멘에게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멘 피살 직후 러시아에서는 1-2년 동안 러시아 극우민족주의 목소리가 극도에 달했다. 당시 언론에서 주장하길,알렉산드르 멘의 살해사건은 반-정교회,반-러시아 세력의 음모로 일어났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대인 알렉산드르 멘의 그동안의 행적을 비판하며 유대인에 대한 러시아인의 증오심을 부추겼다. "그의 죽음은 교회 안에서 사탄의 세력들과 시시덕 거리던 자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Zemshchina, #13, May 1991)
이 사건에 대해서 소비에트 비밀경찰이 결정적인 카드를 쥐고 있는 것 같다. 2년에 걸친 조사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는 결코 우연히 살해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히 그의 대중적인 인기와 그의 탁월한 종교적 지식과 지도력이 그의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살해사건은 소련언론에서 크게 다르었다. 3일동안 이즈베스찌야 일간신문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행적을 실었다. 이 때문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쓴 필자에게 "계속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하였다. 한 여인은 알렉산드르 멘을 비방하며 "이제 그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 두자고. 그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면 왜 그의 하나님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는가?" 하기도 하였다.
알렉산드르 멘은 어린이를 사랑하였다. 어린이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그는 피살되기 일주일 전에 그의 교구에서 어린이를 위한 주일학교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갔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쵸프도 그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하였고, 국회에서 보리스 옐친은 국회의장에게 그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며 몇분간의 침묵시간을 함께 가질 것을 건의하기도 하였다. 그의 무덤에 화한을 보내기도 하였다.
프랑스 파리 대주교 루스티거 추기경도 그의 죽음에 대하여 애도를 표했다. "나는 알렉산드르 멘의 살해사건에 대하여 큰 슬픔을 느낀다. 나는 89년 5월 모스크바 근교 그의 교구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는 영적으로 지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평화의 사람이었다.나는 알렉산드르 멘에 의하여 세례를 받은 몇사람을 만나 대화해 본 적이 있다. 이 야만적인 살해사건은 소련의 비극일 뿐만이 아니라,역사의 한 비극이요,복음을 듣고자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재난이었다.그의 형제들을 위하여 전 생애를 바친 그를 살해함으로써 알렉산드르 멘을 살해한 자는 하나님을 대적했을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조국을 대적한 것이다.나는 알렉산드르 멘과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하여,그의 교구신자들을 위하여,그리고 깊은 상처와 고통을 받은 정교회를 위하여 기도한다."
알렉산드르 멘의 장례식은 정교력에 따르면 세례 요한의 축일 이었다.사실 그의 삶은 70년 공산주의의 어두움이 물러가고 이제 새로이 도래할 시대의 길잡이로서 그 길을 예비한 삶이었다.
1984년 어느날 그가 KGB의 위협을 받고 있을 때,알렉산드르 멘은 그의 친구들에게 이런 비밀을 이야기 했다."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네.나는 나의 사명을 다했다고.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나는 이제 주님 앞에 설 준비가 되었네."
알렉산드르 멘은 1935년 1월 22일 태어났다. 당시 소련의 권력은 최고조에 도달해 있었다. 스탈린 시대였다.종교핍박이 극에 달했다.당시 군사적 무신론자 동맹(The League of Militant Atheists)은 3천만 회원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유컨데 이 시대는 러시아 역사에 있어서 카타콤 시대였다.
알렉산드르 멘의 부모에 대한 기록. 그의 아버지는 끼엽프에서 기술대학을 마친 후,직물 제조업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여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다.그의 조상은 유대인 이었지만 유년시절 학교수업의 영향으로 신앙심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 엘레나(Maria Elena)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깊은 종교심을 지니고 있었다.그녀의 부모도 유대인이었는데,유년시절부터 하나님에 대하여 듣고 배우며 자랐다. 그녀는 크하르코프(Kharkov)라는 마을에서 자라났는데,거기서 그녀의 어머니 여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알렉산드르 멘의 외할머니는 7명의 자녀를 홀로 기르는 과부였는데,어느해 지독한 병에 걸려서 고생을 하다가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가는 유명한 전도자를 강권하여 기도를 받은 후에 병이 나았다. 간청하는 그녀를 보며 기도를 해주기 전에 그 전도자는 이렇게 말하였다."당신은 유대인이군요.그러나 당신 안에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군요. 주님에 구하십시오. 그가 당신을 고쳐주실 것입니다". 그후 실제로 한달이 지났을 때,그녀의 병은 말끔히 나았다. 9살 때 엘레나는 세례를 받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가 오빠 때문에 집안에 큰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녀는 몇 년 후 침례교인들의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고,어느날 강에서 침례를 받는 신도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과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내적 변화를 관찰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조카 베라(Vera)가 살고있는 모스크바로 그녀를 보냈다. 모스크바에 온 엘레나는 영적으로 인간적으로 많은 변화를 하게 된다. 결혼하여 모스크바에 정착하게 된다. 엘레나의 사촌 베라는 세라핌 신부를 비롯한 정교회 친구들이 많았다.자연히 엘레나는 베라를 통하여 정교회 성직자들과 신자들과 교제하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935년 9월 3일 자고르스크에서 교구신부로 일하고 있던 세라핌 신부의 집에 갔다가 거기서 엘레나는 사촌 베라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알렉산드르 멘도 어머니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엘레나는 세례를 받은 그해 두 번째 아들을 가졌고 사촌 베라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엘레나의 두 아들의 신앙적 代母역할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1941년 1월 엘레나의 남편은 체포되었다.이유는 직업적인 과오 때문이었다.그러나 그해 연말 풀려났다.그러나 그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다. 1941년 6월 신부 세라핌의 권유로 엘레나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자고르스크로 이사를 하였다.독일군의 모스코바 침공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세라핌은 1942년 초에 소천하였다. 세라핌은 엘레나의 두 아들의 미래에 대하여 예언하길,"네 아들 알렉산드르 멘은 분명히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세라핌은 스탈린 시대 은밀하게 신앙의 동지들을 양성하고 격려하고 세례를 주고 신앙적 모범을 보여준 영적 지도자였다.
이후 알렉산드르 멘은 세라핌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렸다. 신부 세라핌 때문에 어머니 엘레나가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그덕분에 알렉산드르 멘이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배울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943년 9월 스탈린은 독일군과 싸우는데 러시아 민중들의 인심을 얻으려고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고 대주교 세르기우스와 만남을 가졌다. 그해 세르기우스는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로 선출되었지만,곧 소천하고 말았다. 1945년 2월 다시 종교회의가 소집되어 알렉세이 1세를 총대주교로 선출하였다.이 시대는 잠시나마 정교회가 조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였다.이 당시 노보데비치 수도원과 자고르스크 신학교가 다시 열렸다.레닌그라드 신학대학원도 문을 열었다.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정기간행물도 다시 인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직 예배의 자유만 허락했지,더 이상의 종교활동의 자유는 허락하지 않았다.약간의 자유를 주는 대신 더욱 철저하게 감시를 하였다.공산당은 교회를 정치수단,국제 외교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 동시에 내적으로는 신앙인들을 계속하여 체포하고 투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와 자고르스크에서는 지하 신앙활동이 은밀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보리스 바실리예프의 활동이 알렉산드르 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저명한 민속학자이자 역사가였다. 그러난 은밀하게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 소규모 강좌를 조직하여 "신양성서" "문화와 종교" "성경 강해" 등의 강좌를 개설하였고, 슬라이드를 통하여 성경 스토리를 함께 공부하였다. 그의 아파트를 출입하는 사람들은 거의 신부 세라핌의 영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 이었다.따라서 베라와 엘레나도 그의 아파트를 출입하며 이러한 강좌들을 들었다. 알렉산드르 멘은 당시 10세였는데,어머니 엘레나의 손을 잡고 바실리예프의 아파트에 가서 그의 강의를 들었다. 이것은 알렉산드르 멘의 영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알렉산드르 멘은 이 모임을 통하여 당시 은밀하게 활동하던 수많은 기독교 지성인들을 접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멘은 매우 재능이 많고 조숙한 소년이었다. 당시 다른 모스크바 시민들처럼 알렉산드르 멘의 가족은 다른 가족과 함께 "콤뮤날 아파트"(4-5가정이 화장실,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알렉산드르 멘은 한방에 다른 5명과 함께 살아야 했다.그러나 그는 방 한구석에 자기 개인 책상과 책꽃이를 마련하고 매일 독서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해 나갔다.매일 저녁 9시에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서 공부를 하였다. 그는 그의 나이에 비하여 꽤나 어려운 책들을 읽었는데, 13세 때에는 칸트의 책들을 읽었고,14세 때에는 막스-레닌주의 책들을 읽었다.
알렉산드르 멘 모스크바 554번 학교(12년 과정의 의무교육과정-쉬꼴라)를 다녔다. 이 학교는 남학생들만 다니는 학교였다. 당시 그의 학급친구들 중에서는 나중에 저명한 인물이 된 친구들이 많았다.예컨데 시인 보즈네센스끼(Voznesensky),영화제작자 타르꼽스끼(Tarkovsky),그리고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의 하나였던 알렉산드르 보리스는 사제가 되어 지금도 모스크바 시내 중심부에서 성직자로서 일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멘은 학급에서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공부 보다는 친구 사귀기를 더 좋아했고,음악,미술을 좋아했다.자연을 사랑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자신의 취미로 삼았다. 그가 그린 그림들 몇편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숲속을 거닐며 꽃과 새와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다. 그는 이후에 자주 이런 말을 하였다."하나님은 우리에게 2개의 텍스트를 주셨는데,그것은 성경과 자연이다".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성경을 읽으며,보다 상세히 각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였다.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성경을 읽으며 자연을 묵상하는 가운데 그는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게 되었으며,12세 때에 알렉산드르 멘은 사제로서 하나님을 섬기며 살겠다고 결심했다는 사실이다.이러한 결심을 들은 그의 어머니 엘레나는 그를 축복해 주었다. 그래서 이제 막 조직 중이었던 신학교를 찾아가 아나톨리 베데르니코프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하고 신학생 등록을 하였다.
그의 독서계획은 계속발전해 나갔다.이제는 베르쟈예프,불가코프아 같은 20세기 초엽 러시아 종교 철학자들의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이런 책들은 당시 소련 공산주의 정부가 금서로 지정한 책들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멘은 이런 책들을 탐독하였고,더 나아가 코미아코프의 책들을 통하여 범-슬라브주의 운동에 대하여 지식을 얻었다.이 운동의 기본목표는 정교회 신앙에 기초한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멘은 코미아코프의 책을 계속 읽는 가운데,그의 서방 기독교에 대한 판단이 정당하지 못하며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범-슬라브주의 운동에 대하여 흥미를 잃어갔다. 15세 때 어느날 벼룩시장에 나갔다가 알렉산드르 멘은 블라지미르 솔로비예프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는 단숨에 탐독한 뒤에,솔로비예프의 모든 책들을 사서 읽었다. 그는 솔로비예프의 사상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솔로비예프의 중심사상은 "力本說(dynamism)이 현실의 중심에서 자연,인간,하나님 자신을 하나의 과정(one single process)로 연합시킨다" 는 것이었다.
솔로비예프의 비젼은 삶의 모든 측면들:종교,문화,예술,과학,철학 등을 서로 조화롭게 관련지우는 것이었다. 어린 알렉산드르 멘은 이전의 기독교 모습을 이상화하는 태도를 거부하고 기독교의 일치를 추구하는 솔로비예프의 태도에 매력을 느꼈다. 알렉산드르 멘은 솔로비예프를 자신의 정신적인 길잡이로 여겼다. 그러나 그의 知慧論(Sophiology),神正論(Theism)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리고 그의 염세주의적 태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공산주의 사회체제가 그러했듯이,알렉산드르 멘의 서재는 일주일 한 번씩 화학교수인 니콜라이 페스토브(Pestov)의 점검을 받았다.그러나 페스토브 자신이 은밀하게 침례교 신자들과 만남을 통하여 기독교인이 되어 있었던 터이라,어린 알렉산드르 멘에게 서방 기독교에 대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은밀히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15세 때부터는 성 요한 교회에 나가서 성경봉독과 성가를 부르는 일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천주교에서는 이런 소년을 흔히 복사(服事)라고 부른다.당시 자고르스키 신학교 책임자는 필라렛 대주교였다.
12세때에 알렉산드르 멘은 프란시스 앗시시(프란체스코)의 삶과 성품을 묘사한 희극을 써기도 하였다.15세 때에는 신학 에세이를 써기도 하였다.이런 글들은 그의 전집 목록에 나와있다.
1953년 스탈린이 죽기 얼마전,알렉산드르 멘은 고등학교를 마쳤다.그러나 이미 독학으로 신학교 수업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들을 다 읽은 알렉산드르 멘은 일반대학에 들어가서 일반학문 세계를 접하고자 하였다.그러나 스탈린의 反유대주의 캠페인으로 인하여 그의 계획은 좌절되었다. 대신 그는 모피 전문대학에 들어가서 생물학을 공부하였다. 전문대학에 들어가서도 그는 신학대학원 커리큘럼에 따라서 지정된 책들을 구입하여 혼자서 읽어 나갔다. 그는 이때 간단한 교회사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이런 에세이들을 모아서 편집하여 책으로 출판하기도 하였는데,"성경은 무엇에 대하여 말하며,우리에게 주는 멧세지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이무렵 신부 니콜라스 갈룹쵸프(Golubtsov)가 알렉산드르 멘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동시에 영적인 스승이 되었다. 갈룹쵸프는 앞에서 언급한 신부 세라핌과 같은 비젼을 가진 맑고 깨끗한 영혼을 지닌 지성인 신부였다.
1955년 알렉산드르 멘이 다니는 전문대학이 폐교되었다. 학생들은 시베리아 이르쿠츠에 있는 학교로 옮겨갔다. 알렉산드르 멘은 3년을 거기서 보내야 했다.그는 여기서 지내는 동안 시베리아 숲 속의 동물과 생물들을 관찰하는 취미를 하나더 가지게 되었다. 이르쿠츠에의 첫 1년은 그렙 야쿠닌과 함께 작은 아파트에서 지냈다.야쿠닌은 나중에 신부가 되었고 종교자유와 인권을 위한 열성적인 투사가 되었다.야쿠닌은 인자하고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에 의하여 자라났다.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모두 나이많은 여인들 뿐이어서 사춘기를 지나던 그는 신앙세계에 대하여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는데,알렉산드르 멘을 만난 이후에는 신앙생활에 생기를 되찾았다.
1956년 2월 제20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렸다.여기서 공개적으로 흐루시쵸프는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였다.소련 국민들은 어리둥절 하였다. 가치관에 커다란 혼란이 일어나기 사작했다. 강제수용소에서 수백만명의 죄수들이 풀려나고,감시 검열제도가 느슨해지고,외부세계와의 접촉기회가 늘어났다. 이틈을 타서 몇 개월 뒤에는 헝가리에서 반공산주의 데모가 일어났고,소련군은 탱크로 이들을 진압하였다. 그러나 대체로 스탈린 시대와는 달리 공포의 분위가 줄어들고,지성인들 사이에 토론과 학술모임이 증가되었다. 이때 수많은 젊은 지성인들은 모스크바 마이코프스끼 광장에 모여서 정치적인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서 공산주의 사회의 도덕적 가치관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기 사작하였는데,강제수용소에서 사라져버린 신인 오시프 만델스탐(Mandelstam)의 미망인이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1950년 소련 공산당은 "이후 20년간 사회 건설안"을 발표하면서 더욱 강력한 반종교주의 정책을 선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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