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삶 자체도 흥미거리이지만, 그런 것에는 나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필자의 이야기 중에서 내게 감동이 되는 동시에 내 평범한 삶을 조금이라도 실제적으로 상승시킬 수있는 부분의 이야기이다. 필자의 삶과 나의 삶의 배경이 같지도 않고, 지향하는 목표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화려함이나,우수함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다. 단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자주 경험하는 것인데,필자는 이렇게 생각하여,이렇게 문제를 풀어나가서 결과적으로 멋진 삶을 살았구나... 공감이 가는 부분에 대하여 나는 밑줄을 긋고 재삼재사 되풀이 하여 읽게 되었다. 이것이 지혜로운 일인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의 작은 기술들-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계기로 한 미국인 부부와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어서 때때로 함께 부부동반의 외식을 즐기곤 했었다. 그들 부부는 평상시에는 무척 사이가 좋았지만,우리와 함께 외식을 할 때에는 언제나 말다툼을 벌이곤 했는데,매번 그 꼬투리가 되었던 것이 바로 남편의 테이블 매너였다". 31쪽
둘만의 시간을 가져라-
"이른바 연애감정이라는 것도 유통기한이 있다. 연애감정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포괄하고 있는 길고 변화무쌍한 과정들 중에서 매우 특이하게 빛을 발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결코 빛난다고 할 수없는 허름한 시간들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과하고 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사막은 따분할만큼 지루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망각해버릴 만큼 일상화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에서 무슨 조언을 달라고 한다면, 나는 이야기 한다."둘만이 보낼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세요.라고" 49쪽
대화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
"아빠, 어보션(abortion)이 뭐야? 아마도 그 주의 <타임>지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던 것이 낙태문제였던 모양이다. 나는 10살짜리 내 딸 성미가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아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옅은 현기증 같은 것을 느꼈었다. 맙소사,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한담? 그러나 남편은 빙긋 웃으며 나하고 눈을 한번 맞추더니 주저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응 ,어보션이라는 건 낙태라는 뜻이야. 낙태가 뭔데? 할머니가 흠! 흠! 큰 기침을 하면서 끼여들었다. 넌 아직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물어봐. 그러나 남편은 어머니의 얼버무리려는 시도를 점잖게 물리쳐 버렸다. 아니예요,어머니 그게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면 성미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성미야?" ........................ 2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자기네들 방으로 들어갔을 때 내가 물었다. 아니 여보,지금 당신이 한 이야기들을 쟤네들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거요. 하지만 지금 당장 저 애들이 이해하건 못 하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요. 문제는 내가 얼마나 성심성의껏 저 애들과 대화에 임했느냐는 거지요."
........... 그렇다 대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대화 속에서 사용된 단어들의 지적인 수준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 놓고 있으며 그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가가 보다 더 중요하다. 대화는 지식의 전달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 간의 사랑과 신뢰를 더욱더 두텁게 하는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쁘지 않는 여자의 투쟁-
"미인은 겨우 살갗 한꺼풀(Beauty is only skin deep). 서양의 오랜 속담이다. 외모란 겨우 살갗 한 꺼풀에 지나지 않을 뿐인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 그러나 겨우 이 살갗 한꺼풀 때문에 부당하게 홀대받고 무시당하고 상처받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볼멘목소리로 항의해 봤자 되돌아오는 이야기란 뻔하다. 아니 당신더러 못갱겼다고 뭐라 그랬어? 괜히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으니까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트집이나 잡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지만 별수없다. 예쁘지 않은 여자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 내가 이러게 생겨 먹은(?) 것은 내 탓이 아니다. 나의 외모는 내가 할 수있는 통제(control) 밖에 속한 일이다. 내 힘과 노력으로 변하시킬 수 없는 일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잊어버리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한탄하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고, 칼을 대고 수술을 하여 뜯어고치는 것은 더욱더 한심스러운 짓이다. 그냔 받아들이자. 잊어버리자. 그러나 대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이 있다. " 99-101쪽
셀프 -이미지 메이킹
흔히 이미지-메이킹이라고 하면 정치분야나 광고분야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다. 그러나 셀프 이미지 메이킹-이란 다른 누구에게 나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바로 나자신에게 스스로 확인시켜 주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그것들은 대개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그 이미지들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의 경우는 더욱더 불행하게도,어린시절부터 그 부정적인 이미지의 융단폭격세례(!)를 흠신 뒤집어 쓰며 자라나게 된다. 누구나 쉽게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어머니에게서 듣곤했던 그 괴롭기 짝이 없던 언사들.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얘,너는 왜 그렇게 입이 크니? 여자애가... 큰일났다. 어떻게 수술을 하던지 해야지. 커서도 그러면 시집을 어떻게 가니? 넌 왜 그렇게 수선스럽냐? 그래가지고 시집을 어떻게 갈래? 넌 어떻게 된 애가 용돈만 주면 책부터 사들고 오야? 남들처럼 옷도 사입고 화장도 하고 그러렴. 밤낮 책만 들고 다니는 여자를 누가 데리고 산다던?
바꾸어 말하자면,그들은 결코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너는 입이 아주 큰게 정말 시원스럽고 예쁘구나. 아주 매력적이야. 넌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활달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장차 큰 일을 하겠구나. 어이구 기특한 내 새끼, 남들은 니 나이에 화장이나 하고 사돌아 다니는데 그래 또 책을 사들고 왔어? 그래 열심히 공부해라. 뭐니뭐니 해도 배운 사람은 못따라 가느니라(너무 엉뚱한 바램일런지는 모르지만,만약 우리의 어미나들이 이런식으로 자녀들에게 얘기를 해주었더라면, 한국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상황은 정반대이다. 아직 제대로 된 가치관 하나 갖추고 있지 못한 어린아이에게 이런 식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거의 치명타에 해당한다. 그 아이는 곧바로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면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122.123쪽.
말년에 나의 남편은 그 고질적인 무릎통증 때문에 무던히도 고생을 했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많은 가까운 사람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의 말을 하곤하였다. "선생님,요즘 건강이 어떠세요? 많이 불편하시죠?" 그럴 때마다 남편이 되돌려 주는 대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불편하긴요?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난 아주 건강한 사람인 걸요!" 네? "나는 무릎 빼고는 정말 건강한 사람이라구요" 다른 사람들이 내 남편을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 이다. 남편은 자기 자신을 무릎 때문에 제대로 거동하기도 불편한 환자 라고 보지 않았다. 그는 자기자신을 무릎만 빼고는 완전한 건강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나는 나 스스로에게 아떤 이미지를 수시로 주입하고 있는가? 125쪽
너 자신을 사랑하여라-
우리의 어머니들이 늘상 입에 달고 계시는 푸념이 있다. '남편이고 자식이고 다 소용없어.... 내가 어떻게 지네들을 뒷바라지하고 키웠는데.... 이제와서 그 공은 알아주지 않고 지 멋대로만 놀아나니.... 아니고 내 인생이 불쌍하다. 내 인생이 불쌍해!' 때로는 상투적인 표현들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나는 그렇게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이 말 그대로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왜 불상한가? 그 인생 속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사랑했더라면 되돌아오는 결과에 대하여 그토록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고 그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온 자신의 삶을마음껏 자랑할 수도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태를 그렇게 그런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131,132쪽.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있는 일을 더 잘 할수있도록 격려해주고 도와준다는 뜻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적대적 남성관은 열패감의 소산이다-
언젠가 미국의 한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를 맡고있는 한 하급직원과 시비가 붙은 적이 있다. 그 직원이 나에게 관련된 신상명세를 한 서류에 기재하고 있었는데,내가 나의 출발지를 "서울,코리아"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결국 '서울'이라는 항목에서는 타협을 했다. 그 직원이 서울 이라는 도시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서울, 에스,이,오,유,엘" "그 다음은?" "코리아" "뭐라고?" "코리아라니까" "뭐라고?" 공항의 그 직원은 뭐라고? 뭐라고?를 되풀이 하더니 화가나서 못견디겠다는 표정으로 그 서류를 내 앞으로 홱 팽개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직접 써(you spell it)" 화가 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신경질이 잔뜩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고있던 그 흑인 직원의 눈을 나 역시 똑바로 맞바라보면서 차갑고도 냉정하게 말했다.(뭐라고 말했을까?) 203쪽.
시간을 늘여 사는 법-
5년 뒤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런 사람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짙어진다.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화고한 비젼과 이미지를 형성해 나갈수록 점점 분명해지는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비전과 목표가 확실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시간이 없다. 143쪽
돈과 일과 자유-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세상에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지 않은가? 흥미,보람,나자신의 셀프-이미지.... 적어도 이런 가치들이 돈 보다는 훨씬 중요하다. 이렇다고 해서 내가 돈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는 생각지 말라.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돈을 더없이 소중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돈 그 자체는 별다른 매력이 없는 물건이지만 그 돈으로 살 수있는 것들 중에서는 멋진 것들이 많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멋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피코트도 아니고 메르스데스 자동차도 아니다. 아파트도 아니다. 그것은 자유이다. 돈이 있으면 여유를 살 수가 있고 자유를 살수가 있다. 그래서 내게 돈이 매력이 있다. 그런데 만약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도 정작 그 지불 댓가로 자유를 얻을 수가 없었다면 그것은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바로 여기에 돈의 노예가 되느냐,돈의 주인이 되느냐? 하는 관건이 달려있다.158쪽
비지네스 여성은 드세어야 하는가?
진정한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솔직함,자신의 본질에 충실하려는데서 나온다. 여자가 여성다움을 포기해 버리고 남자처럼 행동하려고 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여성에게 유리한 영역은 다로 있다. 따듯함과 부드러움과 셈세함이다. 그리고 따뜻함과 부드러움과 셈세함의 영역에서 여성들과 맞서 싸우려고 하는 남성은 없다. 그런데 왜 굳이 영성들만 남성들을 닮고 그들처럼 드세어지려고 하는가? ( 목사의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가? 선교사의 강인함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