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M문서란, 1982년 세계교회 협의회(WCC)에서 만든 문서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독교 교파들 간의 친교와 일치와 협력을 이루기 위하여 무엇보다 먼저,세례,성만찬,교회 직제에 있어서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분명히 인식하고, 교회들 간의 일치를 위하여 가장 올바르고 바람직한 방향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이 부분에 관하여 가장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책은 이형기 교수 역,BEM 문서(한국장로교 출판사,1993년)이다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으면서도 다른 교회의 세례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은 기독교회의 일치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러므로 교회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세례의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BEM text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세례의 일치를 통한 세계교회의 일치를 도모하려는데 그 깊은 뜻이 있다. 그러면 세례의 일치를 어떻게 이룰수 있겠는가? 획일적으로 동일한 형식의 세례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인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세례의 일치를 도모한다는 말인가? 답을 찾기 위해서는 BEM text에 기술된 세례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BEM text는 세례에 관하여 5가지 항목으로 기술하고 있다.
1.세례의 제정:세례식이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에 의하여 시작되고 제정되었다. 예수님이 자신이 자기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로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들고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28:18-20)"고 직접 분부하셨다. 그러므로 세례식은 기독교 전통 속에서 분명한 기원과 의미를 지니는 교회의 전통적 예식이다.
2.세례의 의미:세례식이 지닌 종교적인 의미와 윤리적인 의미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존적인 의미는 풍부하다. 이미 사도시대에 이 세례식이 지니는 의미에 대하여 여러 가지 표현으로 증거하였다.신약성경에 보면,세례식이 지니는 의미를 여러 가지 이미지들로 말하고 있는데, 1)그리스도에 죽음과 부활하심에 참여하는 것으로(롬6:3-5) 2)죄를 씻는 것으로(고전6:11) 3)새로 태어나는 것으로(요3:5) 4)그리스도에게 빛을 받는 것으로(엡5:14) 5)그리스도로 옷입는 것으로(갈3:27) 6)성령에 의하여 새롭게 되는 것으로(딛3:5) 7)홍수로부터 구원을 경험하는 것으로(벧전3:20-31) 8)멍에로부터 탈출하는 것으로(고전10:1-2) 9)사회적 지위의 장벽이 극복되는 새로운 인간성에로 해방되는 것으로(갈3:27:28,고전12:13) 기술하고 있다. 하나의 실제(reality)인 세례에 대하여 이렇게 여러 가지 이미지들로 묘사되는 이유는 그만큼 세례의 의미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들 자신이 세례식이 지니는 의미에 대하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면,성경에 기록된 이외에 다른 이미지들로 세례의 의미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BEM text는 세례의 의미를 5가지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첫째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에 동참하는 것이다.이런 내용은 로마서 6장3-11절에 잘 나와있다. 바울은 세례는 예수와 함께 죽고,함께 사는 것이라고 거듭거듭 증거하였다."예수와 함께!" 다른 용어로 말하자면,예수님의 운명을 나의 운명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좀 더 가슴깊이 느낄 수 있도록 말자하면,예수 그리스도의 팔자를 나의 팔자로 삼는다는 말이다. 십자가를 지는 팔자를 예수님처럼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예수님처럼 주님의 날에 영광의 부활을 하는 축복의 운명도 지니게 될 것이다.
둘째는 회개하여 용서받고 깨끗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은 깨끗하게 씻는다는 뜻이다.죄를 뉘우치고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고 용서받고,이후로는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확증하는 예식이 세례식이다. 옛날 한국교회에서는 세례를 줄 때 첩을 버리고,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주일 성수할 것을 엄격하게 요구하였다.결과 조선말기 부정적이고 퇴폐적인 사회풍속도가 교회생활을 통하여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나갔다.
셋째는 이후로 성령이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세례를 받음으로 성령이 함께하시며 세례받은 자의 마음 속에서 믿음이 자라도록 계속 역사하신다.
넷째는 그리스도의 몸 안으로 결합되는 것이다.세례를 받음으로 정식으로 교회의 일원이 된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여러형제들과 유대관계를 가지게 된다. 내가 받은 세례는 사도 바울과 베드로가 받은 세례이며,루터와 칼빈이 받은 세례이며 세르게이와 니콜라이가 받은 세례이며 김익두와 한경직 목사님이 받은 세례이다.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성,인종,사회적 지위의 차이로 인하여 진정한 세례의 일치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다니는 교회와 백인들이 다니는 교회가 남북전쟁 시대에 따로 있었다고 한다. 노예들의 교회와 주인들의 교회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이제 세례의 일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오늘 20세기 말엽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중심적 과제이다(참고.갈3:27-28).
다섯째는 하나님 나라의 표식이다.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님(Kyrios-왕)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사는 나라이다. 세례식은 그러한 하나님나라의 표시이다. 우리는 세례식을 통하여 장차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을 미리 조금 알게된다.
3.세례와 신앙
세례식의 제일 조건은 신앙이다.신앙없는 세례식은 있을 수 없고,있다하더라도 무의미한 짓이 되고 만다. 신앙으로 세례를 받은 자는 주님의 모습으로 변화되어가며 더 나아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에 책임감을 느끼며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증거와 봉사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4.세례의 실행
세례를 주는 방식에 관하여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부분은 유아세례에 관한 것이다. 어떤 교회전통은 유아세례를 인정하고,어떤 교회전통은 유아세례를 거부한다. 그럼,유아세례는 어떤 것이며,어떻게 행해지는가? 유아세례는 젖먹는 어린아이에게 목사나 신부가 세례를 주는 것이다. 자격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세례교인 이어야 한다. 아니면 그 아이의 양육자가 세례교인이어야 하고 그 아이를 기독교신앙으로 잘 양육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그러면 안수받은 교역자는 그 아이가 훗일에 기독교신앙으로 잘 자라나서 개인적인 신앙고백을 할 것을 기대하며 아이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유아세례의 올바른 뜻이다. 그러나 어떤 교회전통은 세례의 제일조건이 개인적인 신앙고백인데,말도 못하는 어린아기에게 신앙고백도 없이 세례를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거부한다. 사실 개인적인 신앙고백 없이는 세례식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신앙고백이 없는 자에게 세례를 주어서도 안될 것이다.유아세례를 거부하는 교회전통의 입장도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세례의 의미와 형식을 보다 신중하게 지켜나가려는 의도가 그 중심이기 때문이다.유아세례 거부자들이 교회사적으로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중세말엽 종교개혁의 시기였다. 로마천주교회가 신앙교육이나 교리교육도 없이 세례를 남발하고 경쟁적으로 유아에게 세례를 주고서는 아무런 기독교적 양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기독교신앙을 보다 순수하고 신중하게 지켜나가려던 소종파들의 신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유아세례의 본래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유아세례를 인정하는 교회전통과 거부하는 교회전통을 서로 모순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분명한 것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재세례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호와의 증인이나 통일교에서 행한 세례는 인정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근본적으로 기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카톨릭,러시아정교회,개신교회에서 안수받은 교역자가 성부,성자,성령의 이름으로 행한 세례는 서로 인정해야 할 것을 BEM text는 권하고 있다.BEM text의 정신은 그리스도교 안에서 세례의 일치를 통하여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과거 70년 동안 공산주의 치하에서 적절한 신앙교육이나 교리교육없이 세례를 받은 분들이 많이 있다. 그때는 멋모르고 그냥 풍습에 따라서,실존적인 욕망에 따라서 세례를 요구했고,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우리 장로교 목사들이 다시 세례를 줄 것이 아니라(재세례를 주어서도 안된다) 세례의 의미를 교육하고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을 재교육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5.세례의식
세례식은 어떻게 집행되어야 하는가? 세례식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물로 집행되어야 한다. 어떤 곳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세례를 주기도 하고, 또는 물대신에 다른 것을 사용하기도 하는데,물이 지니는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반드시 물로 세례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물은 정결함,재창조,생명 등을 의미한다.
약식으로 세례를 주기도 하고,침례를 행하기도 하는데 침례식이 교육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의 양을 가지고서 세례의 질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로 세례를 주는 것 이외에 성령의 임함을 상징하는 부가적인 표식들을 사용하는 교회전통이 있는데,예컨데 손을 얹어서 안수하거나,머리에 기름을 바르거나 성호를 긋는 등 여러 가지 교회전통들이 있다. 그 모두 세례의 의미를 보다 깊고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세례식을 행할 때 적어도 다음 7가지 사항은 세례식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1)세례를 언급하는 성경구절의 선포 2)성령초대의 기도 3)악을 포기하는 것 4)그리스도와 삼위일체에 대한 신앙고백 5)물의 사용 6)세례받은 자들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선포하는 일 7)앞으로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세례식은 반드시 안수받은 교역자가 교회공동체 앞에서 예배시간에 행하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병원이나 가정에서 행할 수도 있다.그리고 가능하면 부활절이나 주현절 성탄절과 같은 교회의 주요절기에 행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세례식은 개인의 축복인 동시에 신앙공동체에 입문하는 예식이기 때문이며,세례식을 통하여 먼저 세례받은 자들이 세례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귀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